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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4 EPL 8R] 리버풀 vs 맨유

korbean 2017. 10. 20. 22:25

[EPL 8 Round] 리버풀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뷰

2017년 10월 15일(토, 20:30 KST)

리버풀(0) : 맨유(0) (FT)


현대 축구 전술을 논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가장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압박'일 것이다. 압박은 그 정도에 따라서 전술에 사용되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압박을 통해서 공을 따내 공격권을 찾아오거나 새로운 공격전개를 한다.

특히 '팀단위로' 움직이며 전방에 강한 압박을 가해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고 공격권을 가져오는 압박 과정을 '전방 압박', 또는 '게겐프레싱'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 리버풀을 이끌고 있는 클롭감독의 주 전술로써, 이번 리버풀과 맨유의 경기에도 리버풀의 큰 전술은 게겐프레싱이었다.

리버풀과 맨유의 경기가 끝난 뒤 감독 인터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무리뉴 감독은 '그들이 경기를 지배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본인의 전술이 패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해 클롭의 게겐프레싱이 효율적으로 작동했음을 알수 있다.


# 경기 세줄평

1. 실패로 돌아간 무리뉴의 쿠티뉴 봉쇄

2. 경기력의 차이 만든 클롭의 쓰리톱

3. 쿠티뉴는 쿠티뉴, 하지만 리버풀의 아쉬운 골 결정력


Copyrights. English Premier League


# 주요 선수들의 공백

8라운드 최고의 빅매치였지만 많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리버풀은 랄라나, 마네가 부상이었고 맨유는 즐라탄, 포그바, 펠라이니, 캐릭이 출전을 하지 못했다. 손실된 선수의 수 뿐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맨유의 손해가 더 컸다. 특히 중원을 구성하는 포그바와 펠라이니가 나오지 못하며 중원 힘싸움에서 밀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편 리버풀은 고질적인 수비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루카쿠의 골결정과 마샬의 드리블 능력에 대처를 잘 해야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대해 감독들은 각팀의 문제점에 대한 전술적인 해법을 가지고 나올 것으로 기대되었다. 



# 무리뉴의 4-2-3-1 vs 클롭의 4-3-3




맨유 스쿼드가 제출되기 전 궁금증은 윙포워드 자리에 마샬과 래쉬포드 중 누구를 선택하는가였다. 무리뉴 감독은 마샬을 선택하며 드리블 돌파와 함께 미키테리안, 마티치와의 연계를 바랬다. 또한 라이트포워드에 윙백인 영을 전진 배치하며 쿠티뉴를 수비적으로 견제하려는 목적을 드러냈다.

리버풀은 쿠티뉴-피르미뉴-살라로 이어지는 쓰리톱을 구성했다. 실제로는 쓰리톱이지만, 살라가 우측으로 넓게 벌려주는 역할을 맡고, 큐티뉴는 넓은 범위를 다루는 플레이메이킹을 할 것으로 예상되어 결국 피르미누가 메인 스트라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졌다.



# 무리뉴의 변칙 포백 vs 클롭의 전방 쓰리톱 

무리뉴가 전반 초중반을 통해 확실히 드러낸 전술은 두 가지였다.


1) 쿠티뉴 압박

무리뉴는 영을 전진배치해 우측 측면의 수비력을 강화하는 작전을 사용했다. 전반 중반까지 영은 높은 위치에서 모레노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빌드업을 방해했고, 이를 통해 쿠티뉴가 직접 공을 받으러 오게 하여 쿠티뉴의 위치를 낮추는데 집중했다. 또한 발렌시아도 함께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쿠티뉴를 압박하고, 빈 자리는 에레라가 내려가 메꾸어 주었다. 간단하게 수비시 포백, 공격시 발렌시아가 전진한 스리백의 형태를 이룬것이다.


높은 위치에 올라와 있는 발렌시아(우측), 빈 자리를 메꾸어주는 에레라(좌측)


전반 중반까지는 쿠티뉴 봉쇄가 꽤 성과를 거두었다. 쿠티뉴가 낮은 위치로 내려오며 빌드업이 뎌디게 진행되었고, 두 팀 모두 공격이 원할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2) 역습을 노리는 두줄 수비

빌드업을 진행해 나갈 때는 우측면을 이용해서 미키테리안-루카쿠를 통한 골 결정을 기대했던 반면 수비를 진행하는 도중 공을 따냈을 때는 좌측면 마샬을 통한 역습을 추구했다. 리버풀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중원이 모두 마비되었으니 수비에서 마샬, 루카쿠 등의 공격진으로의 롱볼 공급을 통해 간결한 공격을 진행하겠다는 전술이었다.



무리뉴의 극단적인 수비는 스탯상으로도 잘 나타난다. 리버풀의 공격 스탯은 맨유를 압살했고, 맨유는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후반 60분경에 쿠티뉴 봉쇄가 확실히 실패하자 중원에서의 경합을 포기하고 미키테리안과 마샬 대신 린가드와 래쉬포드를 투입하며, 허리싸움을 하지 않고 후방에서 최전방으로의 역습을 노골적으로 노렸다. 이는 결론적으로는 매우 지루한 경기를 유도했지만 맨유가 실점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었다.



# 실패로 돌아간 '쿠티뉴 봉쇄'

전반전을 치루며 분명하게 무리뉴의 목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원을 구성하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무리뉴는 공격적으로 나오기보단 수비를 하며 '쿠티뉴 봉쇄'를 노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맨유는 역습 등의 공격 상황에서 우측면을 통해 루트를 찾으려 했다. 좌측면은 이미 살라의 빠른 돌파와 베이날둠의 전진 때문에 다르미안과 마티치가 수비하기에 급급했고, 중원은 미키테리안이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하지만 리버풀의 압박에 우측면으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리버풀은 강한 전방압박으로 맨유에게 공을 내주지 않았다. 전반 40분까지 리버풀의 점유율은 약 70%로, 계속해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측면 살라를 통해서 빠른 공격전개를 해나갔다. 맨유는 계속해서 발렌시아를 높이 올려 쿠티뉴를 견제하고자 했지만, 중원을 구성하는 에레라를 수비로 내리다보니 허리싸움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 후반부터 쿠티뉴는 아예 중원으로 내려와 넓은 범위를 커버하며 플레이메이킹을 했고, 영이 전혀 커버하지 못했다.



# 존재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루카쿠

루카쿠는 에버턴 시절부터 강한 압박을 구사하는 팀을 만나면 큰 영향력을 과시하지 못했던 경향이 있다. 이는 루카쿠가 '대인 압박'에는 강한 피지컬로 탈압박이 가능하지만, 2-3명이 협력하여 이루어지는 협력수비나 압박에는 전혀 공격가담을 못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루카쿠의 유효슛팅은 없었다.


로멜로 루카쿠의 히트맵


미키테리안이 침묵한 상태에서 루카쿠는 돌파구를 찾아냈어야 한다. 물론 루카쿠는 빌드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거나 운동량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후반에는 맨유 지역에서 거의 반코드 경기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히트맵에 나와있듯이 루카쿠는 볼 배급을 받은 후 역습할 준비만 할 뿐, 중원에 있는 선수들이 받는 전방압박을 같이 분산시켜 풀려는 움직임 자체를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본인이 판단하기에 자신이 높은 위치에서 계속 압박을 받고 볼터치 횟수가 매우 적다면 하프라인쪽으로 내려와 마샬, 래쉬포드에게 빠른 측면돌파를 맡기고 미키테리안의 볼배급을 도왔어야 한다. 

이러한 루카쿠의 침묵은 다른 팀들에게 '루카쿠 봉쇄법'을 알려줄 수 있다. 지금까지 루카쿠는 포그바와 호흡을 맞추며 포그바가 중원에서 압박을 견뎌내고 볼배급을 하면 골을 결정내는 형식으로 플레이를 해왔다. 하지만 포그바가 없는 3-4주간 상대팀이 탈압박 능력이 떨어지는 미키테리안만 압박한다면 루카쿠는 또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 경기력만 좋은 리버풀, 매우 아쉬웠던 성적

리버풀 쓰리톱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어 골을 결정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피르미누, 쿠티뉴, 살라 모두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선수들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살라는 우측면 돌파를 통한 맨유 패널티 박스로의 패스나 크로스에 집중했고, 쿠티뉴는 중원을 장악하며 플레이메이킹을 수행했다. 따라서 피르미누가 골을 결정시키는 역할을 맡았어야 하며, 득점에 성공시켰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피르미누는 그러한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 갈길이 먼 두팀, 공평한 승점 분배

EPL 8R의 빅매치는 다소 싱겁게 끝이 났다. 어느 팀도 득점을 하지 못했다. 중원이 모두 빠진 맨유는 두 줄 수비를 하며 막아내기 급급했고, 리버풀은 압도적 스탯 차이를 보여주고도 득점에 실패했다. 분명 두 팀 모두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을 것이지만, 무리뉴 감독은 오히려 주축선수가 빠진 시점에 안필드에서 승점 1점을 지킨 사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제 두 팀 모두 챔피언스 리그를 맞이한다. 맨유는 벤피카로, 리버풀은 NK 마리보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맨유는 공격적인 전술을 다시 고민해야하고, 리버풀은 골결정력과 체력안배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각기 다른 이유로 어수선한 두 팀의 분위기가 반등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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